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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3

거울/김선자

by 김선자 2024. 2. 23.

거울

 

김선자

 

 

거울 속에 한 여자가 있다
 
넌, 누구니? 물어 본다
넌, 누구니? 목소리 낮추어 조용히 되묻는다
 
이리와, 오른  손으로 손짓해 본다
이리와, 왼손으로 손짓한다
 
나이든 저 여자가 도대체 누구야 노려보는 내게
더 이상하게 노려본다
 
거울 속 세상은 알 수가 없다
요지경인가 보다
내가 졌다 쳐드는 두손 따라
졌다는 듯이 쳐드는 거울 속 두 손이 어디서 본 듯하다
 
오늘도 내일도 거울 속에는 한 여자가 내 앞에 서 있다
거기는 세월이 머물러 있고
구름이 떠 있고 바람이 불고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날이 갈 수록 점점 그리워지는 정든 얼굴이다
 
돌아서서 잊어버리기엔 너무 늦어 버린 거울 속 여자
구절초 한 송이 머리에 꽂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