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선자의 시 1

고쟁이/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0.

고쟁이

바늘 敍事  10

 

 

김선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윽한 규방

규방은 드나 들기가 쉽지 않아

규방에 가려면 중문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내방가사

규방의 곡진한 생

그토록 살뜰하게 여며 놓은 바늘이여

하늘가 떠도는 가락

중문 지나 안채 들어 갈 때마다

아침저녁 울어대는 두견새소리

한숨소리 인두소리 가련하게 맴돌았다

드잡고 싶은 손 뿌리치던 바늘

가면 오지 않을 홈질이기에

가슴 미어지던 막막함이여

따가운 손끝에 벌어지던 흉터

사분사분 장단 맞추고 싶던 손길이었다

돌아서던 규방 댓돌

사랑채 기둥에 몸 부비는 바람이어도

뜨거운 마음 달래주던

속속곳이여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김선자의 시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작새 꽁지깃/김선자  (0) 2023.03.20
골무의 노래/김선자  (0) 2023.03.20
감자 먹는 사람들/김선자  (0) 2023.03.20
잔잔한 성숙/김선자  (0) 2023.03.20
襁褓(강보)/김선자  (0)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