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쟁이
ㅡ바늘 敍事 ‧ 10
김선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윽한 규방
규방은 드나 들기가 쉽지 않아
규방에 가려면 중문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내방가사
규방의 곡진한 생
그토록 살뜰하게 여며 놓은 바늘이여
하늘가 떠도는 가락
중문 지나 안채 들어 갈 때마다
아침저녁 울어대는 두견새소리
한숨소리 인두소리 가련하게 맴돌았다
드잡고 싶은 손 뿌리치던 바늘
가면 오지 않을 홈질이기에
가슴 미어지던 막막함이여
따가운 손끝에 벌어지던 흉터
사분사분 장단 맞추고 싶던 손길이었다
돌아서던 규방 댓돌
사랑채 기둥에 몸 부비는 바람이어도
뜨거운 마음 달래주던
속속곳이여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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