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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참 아름다워라/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5.

참 아름다워라

 

 

김선자

 

 

물푸레나무 좋아하신 어머니

가지 꺾어 물에 담가 두었다가

파란 물이 나오면

남색 물들여 옷 지어 입으셨지요

 

무명 적삼으로 겨우 가린 젖가슴

줄줄 흘러내리던 달콤한 냄새

젖 먹으러 안기던 자식들

물푸레나무 가지에 팔랑이는 잎새 같았지요

 

둥개둥개 두둥개 악기셨지요 어머니

금자동아 은자동아

나라에는 충신동아 집안에는 효자동아

 

낳으시고 키우시고 얼러주시고 토닥여 주시고

열매가 주렁주렁한 노래하는 과일나무

자주색 댕기 단 머리  땋아 올리고

쪽진 뒷머리에 옥비녀 곱게 꽂아 드리면

한 떨기 옥잠화 같으셨지요

 

그 시절이 아름다운 꽃처럼

또 다시 피어났으면

봄이 오면 물푸레나무 새싹 돋아나듯이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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