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선자의 시 1

도포道袍/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5.

도포道袍

바늘 敍事 ㆍ 24

 

 

김선자

 

    

도포 끈 풀지 마라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이

넓다란 소매자락에 담겨 있다

 

갓 쓴 머리 숙이지 마라

갈지之 자 걸음으로 그는

어제와 오늘을 이어가고 있느니

 

곧은 절의 매화향 풍기던 마당

안동포 모시 삼베 북포에서

살아있는 전통이 알처럼 깨어 난다

숨 쉬고 있는 역사

 

처마 밑 선비의 갓 쓴 머리에도

주저 없이 내리는 는개비

스며드는 도포자락

 

넓은 소매 고조곤히 여미고

가슴에 두른 옥색 허리끈 매끈히 동이고

팔작지붕 밑에서도 옥루에서도

낭랑한 천자문 흔드는 그림자

대숲에 어리는

 

생은 아무도 모른다

색실이 서로 얽히어 수가 놓여 지듯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느니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김선자의 시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리반/김선자  (1) 2023.03.25
참 아름다워라/김선자  (0) 2023.03.25
백마는 가자 울고/김선자  (0) 2023.03.25
너는 혼자가 아니다/김선자  (1) 2023.03.20
공작새 꽁지깃/김선자  (0)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