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워라
김선자
물푸레나무 좋아하신 어머니
가지 꺾어 물에 담가 두었다가
파란 물이 나오면
남색 물들여 옷 지어 입으셨지요
무명 적삼으로 겨우 가린 젖가슴
줄줄 흘러내리던 달콤한 냄새
젖 먹으러 안기던 자식들
물푸레나무 가지에 팔랑이는 잎새 같았지요
둥개둥개 두둥개 악기셨지요 어머니
금자동아 은자동아
나라에는 충신동아 집안에는 효자동아
낳으시고 키우시고 얼러주시고 토닥여 주시고
열매가 주렁주렁한 노래하는 과일나무
자주색 댕기 단 머리 땋아 올리고
쪽진 뒷머리에 옥비녀 곱게 꽂아 드리면
한 떨기 옥잠화 같으셨지요
그 시절이 아름다운 꽃처럼
또 다시 피어났으면
봄이 오면 물푸레나무 새싹 돋아나듯이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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