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ㅡ바늘 敍事 ‧ 26
김선자
쓸쓸한 곳에 사는 너는 예부터 즐겨 입던
삼베 모시 광목 옥양목 양지쪽에 펴 놓고
흰 옷 바라기 눈부셔 하누나
삼신 할망 손 분주하더니
연한 꽃잎 찢고 너를 끄집어 내었도다
땅 김 오를 적 생겨난 너 복사꽃나무 밑에 오롯이 앉아
설문대 할망 거섬을 만들 적 생각하누나
할망 너를 안고 장대 같이 쏟아지는 오줌을 참지 못해
우도를 만들고 유채꽃 노랑향기 들이 마실 적
두 다리 나란히 이곳에 뻗고
거섬에서 홀로 머리 베고 누웠다가 땅을 짚고 일어서누나
삼신 할망 우뚝 서서 바다를 호령하누나
눈물로 바닷물 넘치게 하지 마라
동백꽃 똑 떨어질 적 할망 뜨거운 죽에 빠져 죽어버려
다시 살아나올 적 따오기 울음 울어 울었도다
할망 손에 기댄 채 너는 몇 만 년 동굴로 들어가려하누나
흰 옥양목 치마저고리 정갈하게 갖추어 입고
쓸쓸한 곳에 사는 너는 길 떠날 준비를 하였도다
섬에 엎디어 시나 쓰고 싶어 잠들지 못할 적
바다소리 조곤조곤 속삭이누나
거섬 거섬 거섬 거섬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