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찐다
김선자
보드라운 솜털
살면서 날 세우던 오기는
감추어 버리고
서서히 숨죽어 간다
까끌까끌하던 저 호박잎
푸르고 싱싱해서 거침이 없던
온갖 벌레 침공에도 늠름하던 혈기
똥냄새 구덩이에 온몸 쳐 박고
꿈 키우던 어둔 밤
끓어오르는 가슴이 뜨거웠지
별이 잡고 싶어
동그랗게 오그리다 벌리던 손
하늘 향해 벋어가던 손
언 땅에서도 솜털 세워 찌르고 싶어 했지
욕망이 이슬보다 더 영롱하던 허공
캄캄하던 그 벽 너머로 타던 마음
뜨거운 사막 넘나들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