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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호박잎 찐다/김선자

by 김선자 2023. 6. 20.

호박잎 찐다

 

김선자

 

 

보드라운 솜털

살면서 날 세우던 오기는

감추어 버리고

서서히 숨죽어 간다

 

까끌까끌하던 저 호박잎

푸르고 싱싱해서 거침이 없던

온갖 벌레 침공에도 늠름하던 혈기

 

똥냄새 구덩이에 온몸 쳐 박고

꿈 키우던 어둔 밤

끓어오르는 가슴이 뜨거웠지

 

별이 잡고 싶어

동그랗게 오그리다 벌리던 손

하늘 향해 벋어가던 손

언 땅에서도 솜털 세워 찌르고 싶어 했지

 

욕망이 이슬보다 더 영롱하던 허공

캄캄하던 그 벽 너머로 타던 마음

뜨거운 사막 넘나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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