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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311

바람 부는 출렁다리/김선자 바람 부는 출렁다리 김선자 푸르른 바다는 찰찰 넘치도록 짭쪼롬한 해초 내음이 날린다 바람 부는 출렁다리 곳곳에 노란 표지 팻말 위험! 들어가지 마세요 굼틀굼틀 구부리고 철썩철썩 두드리고 바다는 꼬리를 살살 흔든다 부채살주상절리 동백꽃 빨간색 너무 요염하다 산호보다 아픈 부채살에 묻어오는 바람 갈매기 날고 날개에 굳은 생채기 먼 곳에서 퍼덕인 얼굴이 붉다 삐죽삐죽 다리 뻗치고 꼬리 이어 오는 파도를 부친다 밀어 부친다 남실대는 바다에 정맥같은 숨결을 띄운다 2024. 3. 16.
거울/김선자 거울 김선자  거울 속에 한 여자가 있다 넌, 누구니? 물어 본다넌, 누구니? 목소리 낮추어 조용히 되묻는다 이리와, 오른  손으로 손짓해 본다이리와, 왼손으로 손짓한다 나이든 저 여자가 도대체 누구야 노려보는 내게더 이상하게 노려본다 거울 속 세상은 알 수가 없다요지경인가 보다내가 졌다 쳐드는 두손 따라졌다는 듯이 쳐드는 거울 속 두 손이 어디서 본 듯하다 오늘도 내일도 거울 속에는 한 여자가 내 앞에 서 있다거기는 세월이 머물러 있고구름이 떠 있고 바람이 불고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도 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날이 갈 수록 점점 그리워지는 정든 얼굴이다 돌아서서 잊어버리기엔 너무 늦어 버린 거울 속 여자구절초 한 송이 머리에 꽂아 주고 싶다 2024. 2. 23.
눈이여 아프지 말자/김선자 눈이여 아프지 말자 김선자 골골이 내리는 눈이여 아프지 말자 앞도 못 보는 사람 앞에서 눈이여 펄펄 퍼부으며 아프지 말자 희거나 검거나 감은 눈 휘젓지 말고 희미한 모습 어른거리며 아프지 말자 산에도 들에도 내리는 눈이여 사방팔방 가고 깊은 곳 거침없이 내려내려 쌓이는 눈이여 눈구멍만한 구석에도 사뿐사뿐 얄랑거리는 눈이여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 세월이 훔쳐간 그녀의 몸 너무 가벼워 눈꽃 한 송이도 무겁다하거든 거기선 내리던 눈 멈추자 눈이여 어제도 아프고 오늘도 아프고 내일은 훠이훠이 부디 멈추자 땅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땅으로 긴 줄 달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너 영영 어두운 밤이 되기전 눈이여 눈물겨운 눈이여 골짜기에서 설빙 되어 얼어 붙기 전 아프지 말자 부드럽게라도 아프지 말자 2024. 2. 23.
코스모스/김선자 코스모스 김선자 초록 분홍 보라 하양 어우러져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네가 곁에 있어 준다면 흔들거려도 좋아 흔들려 봐야 아는 것을 가녀린 대궁 부러지지 않아 2023.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