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선자의 시 273

스무디/김선자 스무디 김선자 스무디 너를 부르면 너에게로 부드럽게 빠져들어 그곳에 깊숙한 골짜기 있어 골짜기마다 온갖 향내 진동하는 오색 찬연한 폭포소리 있어, 스무디 연원을 알 수 없는 생명들 숨 쉬고 있어 숨 쉬는 것들은 푸릇푸릇 모여 들어 지구가 돌아가고 있어 어지럼증이 어지럽게 빙글거리고 있어 석류씨만한 후회도 없이 분쇄되고 엉기는 별들의 아픔이 있어 진액이 되기엔 아직 일러 기다리지 마, 스무디 은하에 다다르기엔 너무 늦어, 이슬처럼 사라지지 마 앵두가 되든 토마토가 되든 키위가 되든 사과가 되든 딸기 밭을 헤매던 햇빛 따돌림 받던 축축하던 습기, 바람은 횡포를 부리고 있어 생각이 나는가, 스무디 차가운 얼음 속에서 분노하던 열기를 보호색이 사라진 페르소나의 얼굴을 그것은 늪이었어 그것은 질긴 인연이었어 돌아.. 2023. 9. 15.
우리 오늘 차를 마셔요/김선자 우리 오늘 차를 마셔요 김선자 햇살 좋은 맑은 날 우리 차를 마셔요 걱정 근심 모두 날려 보내고 생긋생긋 웃으며 정다운 목소리가 하루를 밝혀 주는 창가에 맴도는 마음과 마음 서로 따뜻이 나누며 우리 차를 마셔요 찻잔에 어리는 구름과 바람 알싸한 차 향기 품은 우리들 눈동자 마주 보며 웃음 지으며 산새들처럼 재잘거리며 우리 생이 가득 담긴 차를 마셔요 2023. 7. 25.
불어라 남풍/김선자 불어라 남풍 김선자 산촌 마을 경로당에도 화투판이 저녁답까지 벌어졌다 시끌벅적한 할매들 손 길 끈덕지게 불어오는 남풍 "안동댁 졌대이, 돈 빨리 내 놔라. 멀 그리 꾸물거리노" "내가 졌뿟나, 좀 기다리래이" 십 원짜리 몇 개가 던져진다 짜르르락 타닥 타닥 꽃봉 터지는 소리 연두빛 봄풀 속옷 짜는 소리 경로당 청춘들 찰찰 정이 넘치는 소리 봄 햇살 긁어 모으는 종시 할매 노래 가락 연분호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아 아* 물큰 물큰 내려오는 산 그림자 *봄날은 간다 노래 구절 2023. 7. 25.
사랑의 괴물/김선자 사랑의 괴물 김선자 긴 어둠 속에서 부르고 있는 이름이 있네 그는 스무 살 나는 백발 사람의 마음이란 순간에 그만 주저 앉고 마는가 사랑은 그렇게 그토록 떠나지 않는 몸살이어서 가슴 벅차도록 그 이름 부르고 있네 이제 그는 지난 세월만 먹고 사는 괴물이 되었나 오늘이 비켜가고 있는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