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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1

골무의 노래/김선자

by 김선자 2023. 3. 20.

골무의 노래

바늘 敍事 11

    

 

 김선자

 

 

구부리고 비트는 설치 예술가

속이 텅텅거리는 천연 동굴

흐느적거리는 껍질 깬 석화

그는 어둠 앞에서 구부러지는 올무

연하게 굽어있는 골목

등 휘어진 그의 어머니

구붓한 사랑에 매달리는

주름진 손 옭아맨 덫

저 아래 환해지는 골짜기에서

바라보는 뼈마디 으스스한 외로움

머뭇머뭇 허리를 낮추고 걸어가는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곳

깨트리고 싶은 적막

그는 자기가 태어나던

좁디좁은 어머니 자궁

다른 세상으로 나오던 순간의 그 황홀함

소리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던

그가 살아온 고독

존재할 때부터 함께하던

거부할 수 없던 몸짓

 

 

ㅡ시집 《어머니의 바늘》, 시와시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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