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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의 시 3

나복실 아지매/김선자

by 김선자 2024. 4. 15.

나복실 아지매

 

김선자

 

 

전등불에 담배불 붙이려한

덩둘한 사람

도째비 이야기는 신명이 났네

 

시난고난한 일생 늘 아팠으니

이웃의 홀대와 손가락질 차가운 눈길

서방도 자식도 다 빼앗겼네

 

오례쌀 찐쌀 메뚜기볶음 미꾸라지국 동치미

손방은 아니었네

아리잠작한 나복실 아지매

 

평생 떠나 본적 없는 산촌마을

방 두 칸 툇마루 정지 딸린 너와집에서 살아온

아지매  좀 보소 수상해지는 거동

 

멧새처럼 재잘재잘 지저귀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엄마 찾는 아기 젖 달라는 옹알이였네

 

연신 배실 배실 웃고 있는 저 사람

아지매요 지금 어드메 있능교

느즈막이 어매 젖이 그리도 먹고 싶나요

 

 

*덩둘하다 : 매우 둔하고 어리석다

*정지 : 부엌의 경상도 사투리

*아리잠작하다 : 키가 작고 얌전하며 어린 티가 있다

*도째비 : 도깨비의 경상도 방언

*시난고난 : 병이 오래 끌면서 점점 약화되는 모양

*오례쌀 : 올벼의 쌀

*손방 : 아주 할 줄 모르는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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